전두환씨 부부가 27일 재판을 마치고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두환씨 부부가 27일 재판을 마치고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군부를 장악했던 전두환씨는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전두환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전두환씨가 국가 방위와 국민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군 장성의 신분으로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민주화를 요구한 광주시민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던 군 지휘부를 통솔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청각 보조 장치를 착용한 전두환씨는 “잘 들리느냐”는 김정훈 부장판사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판사가 피고 전두환씨의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확인할 때 부인 이순자(81)씨가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남편을 도왔다. 전두환씨는 약 3시간 25분간 진행된 재판에서 졸다 깨기를 되풀이했다. 전두환씨는 지난해 3월 재판에 나선 뒤 건강이 나쁘다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장이 바뀌면서 인적사항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 참석해야만 했다.

전두환씨 변호인은 1995년 검찰이 스스로 헬기 사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한마디 해명도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당시 헬기 사격 주장이 있었지만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내란 범죄로 기소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변론하자 방청객이 “그러면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나?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다 법정에서 퇴장됐다.

5·18 유가족 등은 광주지방법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고려해 마스크를 쓴 채 시위했다.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회 회원은 전두환씨가 법원 안으로 들어가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사죄를 촉구했다. 광주시민들은 법원 정문 앞에 무릎을 꿇은 전두환 모형을 때리기도 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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