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전염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4월 22일 현재 전세계 211개국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확진자 246만4720명, 사망자는 17만2385명이 될만큼 펜더믹의 패닉 상태다. 1910년대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처럼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처럼 다시 유행할 수 있고 완전한 종식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스페인 독감은 여름에 첫 확산기를 가진 뒤 같은 해 가을과 겨울에 더 큰 확산기가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이번 전파력이 높은 이번 코로나도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코로나 여파로 세계 경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전망하고 있으며 IMF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2% 예측하고 있다. 수출중심의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일상의 대변화기를 맞고 소비는 이전보다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 소비행동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언텍트 소비와 셀프가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20일부터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개월이 넘었고 그동안 외출 자제, 온라인 개학,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비패턴이 확연히 달라졌다. 영국, 필리파 제인 랠리 교수의 습관형성모델에서 습관을 바꾸는 기간은 66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이미 3개월 이상 코로나를 겪고 있는 우리는 소비 습관이 바뀔만큼 일상의 대변환기를 맞고 있다. 예를 들면 외식보다는 집밥이 일상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 힘입어 간편식 식품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프라인 소비에 익숙하던 중장년층도 언텍트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포항에서는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판매행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진풍경이다. 외식은 줄고 집밥과 배달음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바이러스로 창궐하는 사이 우리는 집이라는 외로운 섬에 갇힌 채 표류한지 벌써 석달이 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은 무료해진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외출 대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스스로 해결하고 학습하게 되었다. 예를 든다면 베란다에 토마토, 상추, 고추 등 식물을 키운다거나 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녀들 헤어컷, 반려동물의 미용을 셀프로 한다. 심지어는 소비자가 직접 소소한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비용도 아끼고 무료한 시간을 새로운 일로 채워나갈 수 있다. 이런 작은 일상의 셀프 문화 확산이 결국 장사를 하는 가게 점주들에게는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언텍트 소비 시작점은 스마트폰 터치

집에 머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검색능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콘텐츠 접촉으로 시각적 경험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0년동안 매 10년마다 인간의 지능지수가 4%씩 올라서 1세기 동안에 인류의 지능지수가 40%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소셜미디어 시대 이제 인류는 온라인 정보를 통해 진화하는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수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도 뇌의 정보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즉 정보를 선택적으로 지각을 한다. 우리 뇌는 1초에 2.3Mbyte의 정보를 오감각(VAKOG)를 통해 수집되고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정보는 1초에 단 134kbyte의 양이다. 인지심리학의 창시자로 MIT와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인간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7±2, 즉 5~9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한다고 해도 그것을 처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인지 필터링 과정을 통해 삭제되거나 왜곡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매일 실시간 쏟아지는 정보와 인간의 정보처리 한계성을 감안한다면 소비자의 뇌속에 내 깃발을 꽂으려는 온라인 마케팅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에도 서울시 조사결과에 의하면 폐업의 주된 원인 중 ‘치열한 경쟁’이었다. 언텍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점주들은 뒤늦게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그동안 무관심했던 점주들까지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 마케팅의 경쟁은 이전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있다. 집에 머무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맛집 정보노출로 내 가게의 단골고객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자주 가던 단골집도 방문빈도가 줄어 들고 다른 온라인 맛집정보 접촉을 통해 새로운 탐색을 한다는 의미다. 기억속의 맛집이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놓쳤던 새로운 다양한 정보를 통해 필요에 따라 맛집을 재구성하게 된다.

언텍트 소비변화 뒤엔 콘텍트 소비가 있다

코로나가 이어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결코 집에만 틀어박힐 수만은 없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주차장에서 친구 4명이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각자의 차량 뒷 트렁크를 열고 앉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채 대화를 하는 장면이 기사화 된 일이 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집안에 있으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하면 안될까? 여기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다. 스트로크다. 인간은 심신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먹을 것과 함께 없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피부접촉, 눈맞춤, 고개를 끄덕여 주기, 손을 잡아주기, 표정, 말, 소리 등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생물학적 자극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스트로크를 받고 산다. 새장에 새를 두 마리 키우다가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새도 혼자 살지 못하고 죽는 원리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서로의 생물학적 인정자극, 마음접촉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긍정의 기분을 느낀다.

중국의 경우 무인매장이 줄줄이 폐업되었고 일본 세계 최초로 로봇 직원을 도입한 호텔이 지금은 어떤가? 줄줄이 해고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이 아무리 일을 잘하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무생물의 로봇에게는 마음접촉과 같은 생물학적 자극을 기대할 수 없다.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것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학습이 되고 사회성을 키워나가는 동력이 되며 우리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언텍트 소비는 기술발전에 의한 산물이며 인간사회의 주류가 될 수는 없다.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듯이 인간은 관계를 통해 삶을 유지해 나간다. 온라인과 연결된 관계는 인간관계의 연결망을 확장하는 보조수단이다.

음식점은 편리성 측면에서 필요에 따라 비대면 소비가 늘긴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고 찾는 손님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식당을 방문하는 목적의 68.8%가 관계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창을 통해 관계유지는 가능하겠지만 교류과정에서의 정서적 유대감의 충족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커피점이 가장 많고 성업을 이룬다. 왜일까? 사람간 관계를 통해 스트로크를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생존본능이기 때문이다. 다음 2부에서는 코로나 이후 소비행동 변화에 따른 접점의 통합관리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칼럼니스트 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교육 전문강사

■자영업성공학교 마케팅담당 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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