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인사조치 해명 요구한 직원 자택 대기발령
인사위원회 열어 3개월 직위해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인사문제와 관련해 인사노무처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메일로 건의한 직원에 대해 직위해제하고 자택대기발령이라는 징계성 인사조치를 시행해 제왕적 인사권 남용이라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31일 구본환 사장이 부당하게 인사권을 남용했다면서 제왕적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징계를 받은 김○○ 차장은 "과거 업체의 선물을 감사실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하소연했을 뿐이다"고 토로했다. 노동조합은 최근 독단적인 인사권 남용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고발 조치했다.

노조는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하루 아침에 보직을 빼앗기는 전대미문의 인사권 전횡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밝힌 사건의 발단은 2014년에 일어났다. 김 차장은 당시 입찰과 관련해 선물을 받았지만 공사 규정에 따라서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감사실에 신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선물을 받지 않고 신고했는데도 칭찬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직장 상사로부터 "신고하면 나머지 사람은 뭐가 되느냐"는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직의 비위 의혹을 드러낸 이 사건이 부당한 인사 문제로 불거진 것은 공항공사가 최근 공항운영2팀 팀장을 공모하면서부터다. 팀장 공모에 지원한 김 차장은 인사팀 추천을 받아 후보 3인으로 포함됐지만 승진 심사에서 아무런 설명이나 까닭 없이 밀려났다. 

김 차장은 2월 27일 인사노무처장에게 2014년 사건을 들먹이며 "윗분들을 곤란하게 한 것이 주홍글씨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인사문제와 관련해 항의와 함께 해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김 차장은 문제의 이메일을 사장과 부사장, 감사위원에게도 전달했다. 이에 발끈한 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지난달 4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위를 해제하고 자택 대기발령을 내려서 논란이 커졌다.

공사 측은 김 차장의 직위해제와 관련해 "인사 대상자가 극히 불량한 태도로 CEO의 인사권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공사와 경영진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직원이 자기 의견을 밝힌 것 뿐인데 인사권자인 구 사장의 인격을 모독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사안을 부당한 인사권의 남용이자 경영진의 갑질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구본환 사장은 노조 측의 비판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된 위 보직인사에 반기를 들고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사권자를 포함한 다른 조직 구성원들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등 정당한 의견진술로 보기에 도가 지나친 메일을 사장과 주요 경영진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이 구성원을 비방하고 조롱했는지는 2014년 감사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될 일이다. 공사 노조는 "사장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투명한 의사결정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투명윤리 경영을 선포한 뒤에도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구 사장은 제왕적 징계 시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구본환 사장은 2018년까지 항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으로 일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명예퇴직한 구 사장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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