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 앞으로 1주일
조현아 “실적 부채비율 엉망”
조원태 “유리한 수치만 언급”
한진그룹 팩트체크로 반박
조현아 복귀? 경영불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우).(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좌)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우).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좌우할 (주)한진칼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진그룹 조원태(44)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46)씨의 경영권 다툼도 조만간 결판이 난다. 조현아씨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19일 한진그룹을 공격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한진칼은 20일 조현아씨를 비롯한 3자연합의 주장을 반박했다. 언론에 밝힌 조원태, 조현아 남매의 공격과 반박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살펴본다. 


경영 실적 나빠졌나?   

누나는 동생의 경영실적을 비판했다. KCGI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의 원인은 근시안적 투자의사결정과 오너 일가의 독단적 의사결정이다"며 조원태 회장을 비판했다. 3자연합은 2014~2019년 당기순손실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적자 1조 7,414억원을 기록했고 한진칼은 적자 3,5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2014년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계상 이익을 제외하면 최근 5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동생은 누나 측 주장을 반박했다. 한진그룹은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은 매년 흑자라고 밝혔다. 그리고 항공기 기재보유 구조상 당기순이익이 수익률의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들이대며 회사를 흔드는 투기세력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 발전이 아닌 사익을 위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진그룹이 제시한 실적

 


대한항공 부채비율 1,600%?   

KCGI 강성부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영구채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이 1,600%대에 이르는 데 이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저금리와 저유가로 엄청난 흑자를 낸 것과는 반대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실패를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에 대해서 한진그룹은 861.9%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영구채는 국제회계기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인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올해까지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실적이 아닌 항공사 업종 특성 때문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환산 손실이 높아져서 부채비율이 높아졌지만 외화차입금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자료

 


일본항공과 대한항공 비슷?   

일본항공(JAL)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부도 직전에 몰렸다. 당시 부채가 2조 3,200억엔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이나모리 회장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일본항공은 2012년부터 경영실적이 흑자로 바뀌었다. 

KCGI 강서부 대표(가운데). 연합뉴스
KCGI 강성부 대표(가운데). 연합뉴스

강성부 대표는 포스코 이사회 김신배 의장 등을 한진칼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진그룹이 항공산업을 모르는 비전문가라고 반박하자 강성부 대표는 일본항공 예를 들어 재반박했다. 그는 "5천억원씩 적자가 나던 일본항공을 2조원대 흑자로 만든 장본인은 항공 비전문가인 이나모리 회장과 공대 출신 IT 전문가들이다"고 설명했다. 

일본항공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공기업이었고 사내 파벌과 방만한 자회사 운영, 과도한 복리후생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경영에 실패했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통해서 5만 1,000명 이상이었던 직원 가운데 약 37%인 1만 9,000명을 정리해고해야만 했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측 3자 연합이 인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일본항공 사례를 언급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일본항공과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이 다르며 일본항공 회생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건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먹튀? 장기투자?    

강성부 대표는 KCGI는 해외 헤지펀드와 달리 먹튀가 아닌 장기투자자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진그룹 족벌경영을 비판하면서 투명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을 이룬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차례로 거명하며 반박했다. KCGI에 투자한 조선내화는 창업주 가족이 4대에 걸쳐 주주 명부에 올랐고 이사회 독립성도 담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할 처지가 아니란 뜻이다. 반도건설에 대해선 폐쇄적인 족벌경영의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권홍사 회장과 아들 권재현 상무가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 지분 99.67%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씨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운영자 강성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운영자 강성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연합뉴스

 


에어버스 뇌물 의혹?   

3자 연합은 대한항공이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로부터 뇌물을 받고 세금이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에어버스 뇌물 의혹의 중심에 조원태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관행은 최근까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조원태 회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진그룹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에어버스 등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내부 감사도 진행하고 있으니 사실 관계가 확인되는 즉시 주주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2018년에만 무려 18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계좌 추척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항공기 거래와 관련한 위법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현아의 복귀?   

3자 연합은 경영권을 갖더라도 한진그룹 경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당사자나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3자 연합의 주장은 사실상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KCGI는 19일 한진칼이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면서 일부 주주에게 상품권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진칼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기자,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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