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회장 “한진 명예회장직 달라!”
조양호 회장과 친분에도 흑기사 자처
한진칼 “허위공시로 자본시장법 위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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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조원태)

“배신감에 할말을 잃었다.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권홍사)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44) 회장과 반도건설 권홍사(76) 회장은 지난해 12월에 만났다. 권홍사 회장은 과거 조원태 회장의 부친(조양호)과 친분이 있었다. 재계에는 조양호 회장이 과거 사모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았을 때 반도건설에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그래서 당시만 해도 권홍사 회장을 조원태 회장 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권홍사 회장은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그룹 명예회장직과 한진칼 등기임원·공동감사 선임권, 한진그룹 소유 부동산개발권을 요구했다. 한진그룹 명예회장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권홍사 회장은 16일 경영 참여가 아니라 조원태 회장의 부친(조양호)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반도건설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권홍사 회장이 대화가 녹음되었다고 말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반도건설이 실제로 한진그룹에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운영자 강성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운영자 강성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연합뉴스

백기사로 알려졌던 반도건설은 올해 흑기사로 변신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로 여겨졌던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계열사 대호개발 등을 앞세워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한국거래소에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보고했었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올해 1월 10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바꿨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던 사모펀드 KCGI를 위한 흑기사로 변신했다.

법조계는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건넨 요구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본다면 대호개발 등의 공시가 허위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허위공시라고 판단하면 대호개발 등이 가진 주식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허위 공시 논란이 생기자 최근 반도건설과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원에 반도건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뺏고 지키는 과정이라서 법적 다툼도 치열했다. 한진칼 법률대리인은 최근 법원에 가처분과 관련한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답변서에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건넨 요구가 담겼다.

한진칼은 17일 조원태 회장의 요청으로 만났다는 반도건설 해명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은 중앙일보에 “배신감에 할말을 잃었다.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이 권홍사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두 차례 만났다며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진칼은 당시 지분 6.28%를 가진 권홍사 회장의 제안은 협박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은 16일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허위공시로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진칼은 올해 1월 10일을 기준으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 가운데 5% 초과분인 3.28%에 대해 주식 처분 명령을 내려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한진칼은 권홍사 회장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기 전인 2019년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서 한진그룹 명예회장직과 한진칼 임원 선임권,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반도건설 계열사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행태가 단순 투자로 보기에는 비상식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팔아서 지분율을 1% 이하로 낮췄다. 카카오는 지분 매각과 관련하여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이탈하면서 조원태 회장은 본인(6.52%)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등의 지지를 받아서 지분 32.45%를 확보했다. 반도건설(8.28%)은 KCGI(17.29%), 조현아(6.49%)씨와 함께 지분 32.06%를 모았다.

조원태와 조현아 남매의 운명을 가를 한진칼 주주총회는 27일 열린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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