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LH 부당한 업무처리
내부규정 어기고 특정공법 채택
특정업체에 22억원대 납품특혜
예산 낭비만 9억 5,100만원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방음벽.(사진=연합뉴스)
서울외곽순환도로 방음벽.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당한 업무처리로 인해 예산 9억 5,100만원이 낭비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로공사 수도권본부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방음시설공사와 관련하여 특정회사에 납품 특혜를 주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었다.(소비자경제신문 3월 11일 보도 참조) 도로공사의 비리 의혹에는 LH도 한몫을 거들었다. 도로공사가 특정공법을 채택하라고 요구하자 LH도 자재·공법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규정을 어겼다. 

도로공사와 LH는 16일 방음시설공사와 관련하여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도로공사와 LH 홍보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 공기업의 청렴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도로공사의 비리 의혹으로 생긴 예산 낭비는 9억 5,100만원이었다. 도로공사 간부 A가 자신과 함께 특정공법을 공동개발했던 업체에 준 납품 특혜는 22억 8,200만원이었다. 특히 A는 내부규정을 어기고 특정공법을 채택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오히려 도로공사로부터 실시보상금 128만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공기업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조사하다 도로공사와 LH의 부당한 업무처리를 적발했다. 감사원은 도로공사에 A를 중징계(정직)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하여 도로공사는 감사 결과에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울러 앞으로 방음시설을 설계할 때 특정공법이 아닌 일반공법으로 설계하겠다고 답변했다. LH도 감사 결과에 이의제기 없이 수긍하며 앞으로 일반공법을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전경.(사진=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고양이에 맡겨진 생선?

A가 고양이라면 설계는 생선이었다. 도로관리청인 도로공사는 2017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지구 설계를 시행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방음시설공사 설계에서 특정공법을 적용한 적이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일반공법에 따른 일반 방음시설로만 설계했었다. 도로공사가 2016년 4월에 마련한 <특정공법 심의 세부 운영방안>은 특정공법을 선정하려면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A는 2017년 1월부터 ㉮지구 설계 협의와 설계용역 감독을 맡았다. A는 자신이 특혜를 받았던 업체와 공동으로 발명하여 특허 등록한 특정공법을 설계도면 등에 표기했다. 도로공사에 확인한 결과 특정공법은 내부 규정상 2010년부터 설계도서에 표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A는 설계도면 등에 특허 이름을 적었기 때문에 특정공법이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A가 규정을 어기고 특정공법을 적용한 덕분에 관련업체는 특허와 관련된 방음시설 자재를 수의계약했다. 감사원이 도로공사와 LH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련업체는 총 22억 8,200만원 상당의 납품 계약 특혜를 얻었다. 아울러 A는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적용했지만 특허권자라는 이유로 도로공사로부터 실시보상금 128만 5,140원을 받았다. 납품되지 않은 잔여물량에 따른 실시보상금을 포함하면 177만 4,260원을 받게 된다.

비리가 적발되었으나 오히려 A는 당당했다. 설계용역 감독이었던 A는 특정공법 선정심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특정공법을 이미 선정했으니 잘못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도로공사 <특정공법 심의 세부 운영방안>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2016년 4월 1일 마련됐다. 운영방안은 심의 절차를 거친 뒤 특정공법을 채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의에는 외부위원은 과반수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따라서 감사원은 “선정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담당자가 임의로 설계에 적용할 특정공법을 선정한다면 내부 규정 위반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LH 바빠서 규정 어겼다?

LH도 도로공사의 비리에 한몫을 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지구 방음시설공사에서 LH도 도로공사처럼 내부규정과 어긋나게 특정공법을 채택했다. 그 결과 A와 유착이 의심되는 업체는 2019년 5월 계약을 체결했고 LH는 일반공법에 사용되는 자재보다 9억 5,100만원이 더 비싼 자재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사건도 적발한 감사원은 내부 심의와 검토조차 없이 설계에 적용되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LH와 도로공사 규정을 검토한 결과 도로공사는 시행 허가 과정에서 LH가 설계하는 방음시설공사에 특정공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렇지만 도로공사 A는 ㉯지구 방음시설공사 설계에 특정공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LH 광명시흥사업본부 간부 B는 특정공법을 설계에 반영하면서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자재·공법 심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LH공사 <자재·공법 선정위원회 운영지침>은 특정자재나 특정공법을 설계할 때 선정하려면 자재·공법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로고 이미지.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로고 이미지.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도로공사 간부 A는 감사원 조사에서 “2017년 LH에 특정공법을 설계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는 특정공법에 대해서 ‘방음시설공사 설계에 주로 적용하는 공법으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일반공법이 사용된다던 도로공사 답변과 정반대였다. 게다가 LH 간부 B의 답변도 달랐다. B는 “당초 일반 방음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를 작성했으나 도로공사와 협의할 때 A가 특허 개요도와 설치 위치에 대해 그림까지 그리면서 설계에 적용하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두 공기관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감사원은 LH의 의견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가 특정공법이 주로 사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도로공사는 본사나 지역본부에서 특정 공법을 설계에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가 맡은 공사에서 특정공법이 사용된 적은 없다. 도로공사가 아닌 다른 회사가 맡은 공사에서 예외적으로 적용된 적은 있으나 A 주장처럼 도로공사 방음시설공사에서 주로 적용되는 공법은 아닌 게 확실했다.

감사원은 설계에 대해서 설명하더라도 도로공사 내부 규정상 특정공법이 아닌 탈부착형 방음판을 설명했어야 했지만 자신이 공동 발명한 특허를 설명했다는 사실은 특정공법을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민간회사 직원도 감사원 조사에서 도로공사 A가 특정공법을 설계에 적용하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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