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코로나19 창궐로 온 세상이 난리다. 팬데믹(pandemic)이다. 팬데믹이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1월 31일 메리엄 웹스터 사전 ‘주 단어(The Word of the Week)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 1위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3월 10일 기준으로 109개국에 이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운동 차원의 예방 활동으로 외출 자제, 모임 자제, 단체행사 취소, 재택근무, 공동휴가, 시차출퇴근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염차단을 위한 이러한 실천 운동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시간이 얼마나 더 지속되어야 할지 그리고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 쉽게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과거 남북 이산가족들처럼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난’ 고통도 큰 고통이지만, 만날 수 있음에도 ‘안 만나는’ 고통도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식당에서 일렬로 식사를 하고 은행 창구에서도, 동사무소도 사람들을 만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나눈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특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북적거려야 할 동창회, 결혼식, 장례식장 등도 썰렁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그리해야만 이 바이러스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단절의 시간이 한두 달 더 길어져 장기화한다면 사람도 잃고 정(情)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번 팬데믹이 끝나면 옛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보고 싶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고 나니, 요즈음처럼 SNS가 유용하고 효과적인 시절이 어디 있었던가 싶다. 코로나19로 자칫 단절되기 쉬운 시기에 여러분은 주변에 안부 전화나 카톡, 메시지를 얼마나 보냈는가? 의례적으로 이모티콘 보내고 받는 거 말고 진심을 담은 안부 전화나 메시지다. 필자도 한 번 그 숫자를 세어 봤다. 실제로 세어보니 생각보다 몇 되지 않았다. 최근 여러분은 주변 지인들에게 얼마나 안부를 물었는가? 이것이 여러분이 주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인연, 관계, 사랑의 숫자다. 역으로 내가 그런 안부 전화를 얼마나 전화를 받았는가를 세어 보시라. 그것이 여러분들이 주변으로부터 받는 인연, 관계, 사랑의 숫자다.

인간관계란 평소 갖는 것이다. 이 말은 너무 평범하고 보편적인 말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보다 의미심장한 말도 없다. 알다시피 ‘주택 청약’ 자격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이상 적립해서 일정 금액 이상이 되어야만 청약할 수 있다. 결국 많은 돈을 오랜 기간 동안 묵혀 놓아야만 청약 우선순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 평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정성과 관계를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지속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관계의 끈을 굵고 길게 가져갔을 때, 중도에 다소의 갈등이나 소소한 이해관계, 오해 등이 발생한다 해도 과거 쌓아두었던 믿음과 정으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랑이 소멸하여가는 상황에서는 작은 관심, 전화 한 통화, 메시지 하나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고, 인연의 끈을 더욱 단단하게 해 줄 것이다. 상대로부터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하느냐가 더 의미가 있다. 모든 움직임이 정지되다시피 되어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수동적 움직임보다는 작은 손놀림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돋보이게 되어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효과가 배가된다는 의미다. 물론 타인에 관한 관심과 사랑의 태도는 자기가 건강하고 사랑이 충만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면 스스로 추스르기도 겨를이 없는 상황에서 결코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없을 것이다.

내게 “몇 통의 안부가 왔나? “하고 살펴보기 전에, 누구에게 안부를 물을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어야 한다. 그게 이번 코로나19를 이기는 인간 관계법이고 리더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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