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지지 델타항공 지분 11%로 증가
조현아 측 KCGI 지분 0.54% 추가 취득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우).(사진=연합뉴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우).(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여겨지는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을 1% 더 늘렸다. 반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KCGI도 한진칼 지분을 0.54% 더 늘렸다. KCGI는 투자가 강성부 씨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로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투자이익을 꾀한다.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26일 현재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22.45%)와 델타항공(11.0%), 대한항공 사우회(3.8%), 카카오(약2%) 등 총 39.25% 수준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6.49%), KCGI(17.83%), 반도건설(13.30%) 등 총 37.62%다. 박빙이다.

한진칼은 24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 더 사들여 보유 지분이 11%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델타항공은 20~21일 한진칼 주식 59만1,704주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주식수는 605만 8,751주로 증가했다. 델타항공은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우군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 회장 측 지분은 ▲ 조 회장 일가(조원태, 조현민, 이명희) 22.45% ▲ 델타항공 11% ▲ 카카오 2% ▲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 3.80% 등 39.25%로 확대됐다.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과 노동조합 등은 조원태 회장 측에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14일 "3자 동맹이 허울 좋은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회한이거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 (주)한진, 한국공항 노동조합 등이 조 회장 지지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전직 임원회 역시 조 회장 지지 성명을 내는 등 한진그룹 내에서는 조 회장 지지 분위기가 잇달아 관측되고 있다.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24일 '38.26% vs 37.08%'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직원들이 한진칼 주식을 사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다가 게시판에 적힌 글을 보고 여유자금을 털어 한진칼 주식 100주를 샀다"고 말했다.

한편 주주연합의 KCGI 역시 한진칼 지분을 0.54% 더 늘렸다. 주주연합은 2월에도 꾸준히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매입해 37.08%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KCGI는 25일 "델타항공이 지분을 취득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연합은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을 의미한다. KCGI는 1월 3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에 대한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

지분률 경쟁의 포문은 3자연합이 열었다. 3자연합 한 축인 반도건설이 2월 13일부터 한진칼 주식 297만 2,017주(5.02%)를 추가로 사들였다. 3자연합은 이사회 후보를 구성했다. 3자연합이 추천한 한진칼 이사회 후보 8명은 KCGI,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에서 지분율에 따라 추천한 인물로 꾸려졌다. KCGI측에서 4명,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각각 2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항항공 출신인 김 전 상무와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반도건설은 구본주 변호사와 이형석 수원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4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김 전 상무는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오히려 조원태 회장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조 부사장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양측은 3월말 개최예정인 주주총회 방식과 관련해서 대립하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측에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KCGI는 "지난 5일 한진칼 이사회를 상대로 전자투표 도입을 재차 요구했으나 한진그룹측은 이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고 있다"며 "주요 상장사들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 행사율을 높이고 주주권리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제도는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이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고 의견을 밝힐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한진칼의 주주총회는 3월 마지막 주에 개최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24일 "지난해 주총 안건 공시 일정이 3월 14일이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시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의 발단은 호텔사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진그룹은 왕산레저개발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매각 등을 공언하면서 조 전 부사장이 관여하던 호텔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조 회장 측은 대한항공 경영난을 이유로 호텔사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측이 호텔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KCGI나 반도건설이나 단기간에 지분을 팔고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전을 벌일 수밖에 없고, 조 회장 측 역시 설사 이번 주총에서 진다고 해도 순순히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결국 조 회장과 주주연합 중 어느 쪽이 자금동원력이 앞서고 주주들에 대한 지지를 더욱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싸움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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