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김도균 기자] 1조원대 펀드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인 대신증권, 신한은행은 울상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운용사와 판매사의 문제로 치부할 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사모펀드 가입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사모펀드 규모는 꾸준히 커졌다. 금융위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4년 업무계획에서 “사모펀드 육성을 통해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여 실물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험자본이란 표현은 사모펀드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금융위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역량 있는 운용자의 참여를 유인하되 건전성 확보 등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 발표대로 보호 장치만 확실하다면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모험자본에 위험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금융감독원도 라임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의견을 참고해 금융감독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던 2014년 당시 금감원도 금융위와 함께 사모펀드 완화 정책에 동의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감원은 마치 제3자처럼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돌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라임의 문제다”고 말했다. 속담을 빌리자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뜻이다. 그는 “사모펀드가 자본연계증권인 메자닌 증권에 투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메자닌 증권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라임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과 대처는 안이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14일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정책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2015년 운용사에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사전 보고 의무를 면제했다. 영업용순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 NCR(Net Capital Ratio) 제도가 대표적이다. 운용사는 더 이상 NCR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험자본인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가 사라진 셈이다. 라임자산운용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동안 금감원은 눈 뜬 장님처럼 모험자본을 감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주어진 금융 관련 정책과 감독 권한은 2014년 금융위와 금감원이 강조했던 것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금융당국을 믿지 못하는데 모험자본에 투자하라고 권유할 수 있을까. 투자자가 금융당국을 믿지 못하면 투자자는 금융시장을 떠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펀드런(Fund Ru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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