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5번째 사망자 발생
전국확산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문 대통령 “신천지 특단의 대책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다.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에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전염이 급속도로 퍼지자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특단의 조처를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감염병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11년만이다. 감염병 위기경보 4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이다. 나라 밖에서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하고(관심) 나라 안으로 유입되고(주의) 특정지역에 제한적으로 전파될 때마다(경계)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하나씩 올린다.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서 정부는 휴교령과 집단행사 금지 등을 강제할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은 “심각 단계에서는 위험 요소의 차단에 노력하기보다 빨리 환자를 발견해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병상에서 치료해 생명을 구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인 38번 확진자(한국인 57세 여성)는 23일 오후 2시 30분께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경북대병원은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던 38번 확진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명이고 누적 확진자가 602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확진자가 169명이나 늘었고 대구와 경북에서만 142명이 증가했다. 확진자 602명 가운데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는 329명이었고 경북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는 111명이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은 2만 6천명을 넘었고 1만 7,520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8,057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돼 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돼 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정부는 코로나19 심각 단계를 맞아서 방역 업무를 맡은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와 방역 지원을 맡은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 체계를 유지하되 정세균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차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2차장을 맡아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등에게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와 경북 지역을 언급하며 “특별히 대구시민과 경북도민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가와 국민 모두가 여러분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특별관리지역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공공부문과 함께 민간 의료기관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 대구와 경북 지역 방역과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천지 신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언급했다. 서울과 인천, 광주, 경기 등 전국 지자체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신천지 시설을 임시폐쇄하고 신도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다”고 설명한 문 대통령은 “종교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이자 신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니 신천지 교회와 신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23일 오후 5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여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신천지예수교회가 사태를 고의로 감추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있어 의도적 비방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천지예수교회 김시몬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부와 보건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중국 방문자와 접촉자, 발열 및 기침 증상자에 대해 교회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을 앞둔 21일부터 신천지가 일반 교회 예배에 참여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신천지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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