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죽을)조금만 더 주세요”
착취당한 어린이 노동자의 여행
찰스 디킨스가 보여준 산업혁명의 그림자

올리버 트위스트(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는 풍요를 상징하지만 도시빈민과 사회갈등을 낳았다. 빅토리아 여왕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라 빅토리아 하노버가 영국 여왕이 된 1837년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첫 이야기를 발표했다. 빅토리아 시대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최전성기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고향 영국 런던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기술 혁신이 일어났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공장과 제철소에 설치되면서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생산력이 늘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귀족 중심 사회였던 영국은 자본을 가진 중산층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었다. 자본가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의회가 어린이 노동과 야근 근로를 금지한 적도 있지만 노동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빈민은 빈민구제소인 구빈원에 수용되곤 했다. 영국 정부는 사회적 부담을 덜고자 빈민이 자식을 낳지 못하도록 남편과 아내, 아이를 분리해서 구빈원에 수용했다. 이런 까닭에 구빈원은 가난한 사람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다.

고아원 아이의 여행이란 부제란 단 <올리버 트위스트>는 1837년부터 2년 동안 런던 문예잡지 <벤틀리스 미셀러니>에 연재되었다. 빅토리아 여왕도 독자였을 정도로 <올리버 트위스트>는 유명한 소설이었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묶고 서문에서 “등장인물이 대부분 범죄자와 런던 인구의 하류층에서 선정되었다는 것이 아주 조잡하고 충격적인 설정으로 보일 것이다”면서 “하지만 나로서는 가장 추하고 불쾌한 이야기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선한 교훈이 얻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사익스는 도둑이고 페이긴은 장물아비이고 소년들은 소매치기에다가 주인공 소녀는 매춘부이다.” 디킨스의 말처럼 <올리버 트위스트> 등장인물은 도둑과 장물아비, 소매치기와 창녀다. 당시 인구에서 3분의 2를 차지했던 노동자는 가난했다. 1830년대 영국 국민 가운데 10% 이상이 빈민이었으니 빈민과 범죄는 사회 전체의 문제였다.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는 구빈원에서 태어난 고아다. 트위스트를 낳자마자 어머니는 숨을 거뒀고 고아원에서 자란 트위스트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어느날 트위스트는 죽을 더 달라고 부탁하다 얻어맞는다. 런던으로 도망친 트위스트는 악당 페이긴의 소굴에 들어간다. 사익스의 강요로 부잣집을 털던 트위스트는 우여곡절 끝에 훌륭한 청년으로 자란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산업혁명의 그림자를 자세히 보여준다. 영국 의회를 취재하는 기자로 활동했던 디킨스(1812~1870)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문제와 해결에 관심을 가졌다. 디킨스는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 사무원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빚 때문에 감옥에 가자 어린 디킨스는 만 12세에 구두약 공장에서 일해야만 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디킨스의 경험과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통렬한 사회비판과 해학적 인물 묘사가 돋보이는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보여준다. 언론인 디킨스의 눈에 비친 도시빈민의 삶은 소설에 담겨 자본주의의 속살을 드러낸다.

현대지성은 2020년 1월 2일 <올리버 트위스트>(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를 출판했다. 613쪽, 1만 5,000원. 유수아 번역가는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는 영국 문화에서 전설적이다”면서 “디킨스에게 확실히 독자의 비판과 분노를 야기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도제 관습이나 무능한 치안판사와 같은 사회의 제도적 오남용 아래에 깔린 공리주의적 세계관을 비판했다는 뜻이다. 유 번역가는 디킨스가 런던의 구두약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았다. 그는 “디킨스가 공장 경험을 통해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함보다 더 많은 것을 통찰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벌어지는 어린아이에 대한 착취를 겪으며 비인간적인 사회 시스템이 인간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현실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사람을 동정했다. 이 사람이 죽으면서 세상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찰스 디킨스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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