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이어 국내 완성차 기업 위기감 확산
문재인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은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 7일 모든 생산을 중단한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은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 7일 모든 생산을 중단한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민병태 기자]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공장에 의존해온 부품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줄줄이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노동력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완성차 협력업체들이 자동차의 전기 배선에 해당하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를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한 탓에 완성차 전면중단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대차와 쌍용차의 경우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는 재고량은 최대 3~4일 정도면 소진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와이어링 하니스의 종류도 차량마다 다르고, 차량의 기본 뼈대인 차체에 전기 배선을 깔고 내장재를 씌우는 완성차 생산공정에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지만 부품 특성상 많은 량의 전기배선을 생산공장 주변에 적재해둘 수 없는 탓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일본발(發) 무역규제 조치 때보다 중국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될 경우 바다 건너 상황을 보고 발을 동동 거릴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기업 중에선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쌍용자동차였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달 말 신종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던 지난달 말 와이어링 하니스 중국 공장이 휴무에 돌입하면서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의 자동차 생산 중단을 알렸다.

현대차는 4일 오전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90, G80, G70)의 3개 모델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1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울산 4공장 2라인에서 생산되는 상용차 포터도 같은 날 조업 중단과 함께 11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울산 1공장(벨로스터와 코나 생산)은 5∼11일, 울산 5공장 2라인(투싼과 넥쏘 조립라인)6∼11일, 울산 2공장(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은 7∼10일, 울산 3공장(아반떼, i30, 아이오닉, 베뉴)과 울산 4공장 1라인(팰리세이드,그랜드스타렉스)은 7∼11일, 등 줄줄이 도미노 휴업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쏘나타, 그랜저)은 7∼11일, 전주공장 트럭 라인과 버스 라인이 각각 6∼11일, 10∼11일의 휴업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현대차의 전국 생산공장 전체가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기아차의 경우 경기도 화성과 전남 광주 두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공급을 조절하면서 완성차 생산량을 낮춰 조업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얼마나 갈 지는 미지수다.

한국GM과 삼성르노차는 완성차 판매량이 비교적 현대차보다는 적어 주말 특별근무를 없애는 수준에서 정상가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당장에 와이어링하니스를 수급할 대안 마련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완성차 업계는 물론, 협력업체들까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중국에 부품 공장을 둔 기업들이 인건비와 비용 절감을 포기하더라도 생산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는 비단 자동차 업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다른 산업분야까지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칠 심각성이 장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더해준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방면으로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업종별, 파급 경로별로 신속히 점검,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며 “올해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감당하면서 헤쳐나가야 할 일이고,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고 건너야 할 강이다. 국민경제의 부담을 덜어주고 책임있게 응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경제는 심리다. 실제보다 과장된 공포와 불안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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