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외제 SUV와 맞대결 나선 GV80의 경쟁력
팰리세이드의 상승세에 도전장 내민 한국GM 트래버스
내수시장 달군 SUV 전성시대 글로벌브랜드 각축장

[소비자경제신문 민병태 기자] 세계 명품 완성차 기업들이 한국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바로미터로 삼아 승용 외제수입차 시장이 확장된 이후 이제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한국 토종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고군분투와 함께 외자계 기업인 쌍용차와 삼성르노, 한국GM 역시 SUV 차종을 전면에 내세워 진보된 기술과 디자인, 실용성으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시장은 나홀로족을 겨냥한 소형SUV가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면 올해 주력 차종은 준대형 중형SUV을 앞세운 치열한 제2라운드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서막을 한국GM의 트래버스와 현대차 GV80이 열어 제쳤다. 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시선을 승용에서 SUV로 확실하게 옮겨 놓은 것은 완성차 업계가 유도한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읽어내고 대세로 굳혔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올 연초부터 낯설지만 탐나는 고급 슈퍼 SUV부터 소형SUV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내수시장에서 판매경쟁은 후끈 달아올라 있다. 그런데다 기아차를 비롯해 풀체인지로 업그레이드된 중형 쏘렌토까지 가세할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도심과 오프로드를 질주할 SUV의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비 트렌드 자동차 편에선 대형과 중형 중심의 SUV 차종를 살펴보고 준소형 SUV 차종들은 나홀로족의 소비 라이프 스타일에서 별도로 다뤄볼 예정이다.

올 1월 전격 공개하고 출시된 준대형 SUV 제네시스GV80.(사진=현대차 제공)
올 1월 전격 공개하고 출시된 준대형 SUV 제네시스GV80.(사진=현대차 제공)

◇대형 고급세단의 느낌 그대로 SUV GV80의 매혹적인 질주

GV80은 출시 전부터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그간 내수시장에서 고급 SUV는 주로 판매가격이 8000만원에서 1억원 중반대를 아우르는 벤츠GLS 400d 4matic부터 BMW X7,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아우디 Q7, 볼보 XC90 등 외제차들의 독무대였다. 그래서 GV80의 등장은 제네시스가 고급 세단 승용으로 나름의 브랜드가치를 유지해온 탓에 준대형 SUV로 새롭게 등장해 이목이 집중시키고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선 아우디 Q7, 볼보 XC90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였다면 GV80을 놓고 고민을 깊어지는 선택지가 늘어났다. 그 이유는 GV80이 준대형급 이상 고급 외제 SUV에 밀리지 않은 충분한 성능과 내외장 디자인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 준대형 고급 SUV의 자부심과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서다.

GV80는 6기통 디젤엔진으로 구동방식은 후륜구동(자동11.8 km/ℓ)과 풀타임 4륜구동(자동 10.9 km/ℓ) 2종이다. 최고 출력 278마력(PS), 최대토크 60.0kgf·m이다. 같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대형SUV의 묵직함을 뿜어내고 있다면 GV80는 날렵하게 빠진 외관 곡선에 제네시스 승용차의 후방 두 줄의 램프가 세련미를 더해준다.

소비자들의 시승기는 전반적으로 승용 고급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내 정숙성과 주행 밸런스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가솔린 모델까지 나오면 정숙주행은 디젤모델보다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외장 색상도 비크블랙을 비롯해 11종으로 진부하지 않는 럭셔리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돼 있지만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고 증강현실 기능이 입힌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기준에서 앞열 헤드업과 계기판 등이 겹쳐 다소 중첩되는 디스플레이로 산만한 감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판매가격은 디젤 후륜구동 기본모델이 6580만원에서 시작해 풀옵션까지 추가하면 8천만원 대에 육박한다. 국산 SUV 모델 중에선 최고가다.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담당 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HMA 본사에서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GV80의 북미시장 공략에 대해 “기술적 요소도 포함되고 디자인은 익스테리어 뿐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 안 뒤지고 그 자체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인기몰이가 뜨겁다.(사진=현대차 제공)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인기몰이가 여전히 뜨겁다.(사진=현대차 제공)

◇ 팰리세이드와 모하비 마스터의 즐거운 비명

우선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에서 '가족이 즐거운 차'로 선정될 만큼 북미시장에선 각광을 받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국내 시판 중인 차종이 아니기 때문에 차치하고, 팰리세이드는 증산하지 않으면 주문 물량을 댈 수 없는 한계점에 와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데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 않아 다른 차종으로 이탈한 계약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경영 개선과 영업이익에 일조한 차량을 출시해놓고 대박이 났는데도 감당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팰리세이드는 애초 도심 출퇴근용이라고 하기에 외관은 물론, 실내 넓이까지 ‘담대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형SUV이다. 그래서 현대차 역시 이렇게 많이 팔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문제는 국산차를 기준으로 중형 SUV로 쏘렌토나 카니발, 렉스턴 등을 구매 라인업에 올려 놓았던 소비자들의 맘을 자극해 질러놓고 싶을 정도로 갖고 싶게 만들어 놓았다는 데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로 시판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원래 6200여대 수준으로 계획했던 생산량을 8600대에서 월1만여대로 올려야 할 만큼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고, 작년 7월 현대차 경영진이 노조를 겨우 설득해 작년 7월에 증산 합의를 봤다. 감당 못할 주문물량을 대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팰리세이드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2.2리터 4기통 디젤 전륜구동과 풀타임 4륜구동, 3.8리터 6기통 가솔린 전륜과 풀타임 4륜구동 등 네 가지로 나왔다. 전장이 2센치 빠진 5미터이고 전폭이 2.5센치 빠진 2미터로 모두 8인승이다. 한 눈으로 봐도 묵직하고 크다. 그래서 힘을 내야 할 때 디젤엔진은 쏘렌토에 밀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솔린은 덩치에 걸맞는 질주본능과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다.

생산라인 증설의 고민에 빠진 건 팰리세이드 뿐만이 아니다. 기아 모하비 마스터도 현재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당초 생산라인이 현대차 공장들보다 규모가 적다 보니 역시 주문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워풀한 외관 디자인이 압권인 기아차 2020 모하비 마스터.(사진=기아자동차 제공)
파워풀한 외관 디자인이 압권인 기아차 2020 모하비 마스터.(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작년 10월에 구매계약을 한 소비자가 해가 바뀌었는데도 차를 인수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라인 증설은 경영진과 노조 모두 부담스러운 문제지만 대박 난 제품을 물량 한계로 되돌려 세울 수는 없기에 일자리와 생산라인을 늘려야 할 판이다. 완성차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그나마 경기도 화성공장 설비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월 생산량을 1700대에서 2000~2300대 늘리기 위해 노사간의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새차의 키를 받으려면 4~6개월을 기다려야 하다보니 계약 취소도 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 기아차 대리점에서 만난 천 모씨는 “진열된 모하비를 타보고 계약하려다가 빨라도 5개월 뒤에 차를 인수할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풀체인지 쏘렌트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처지에 놓여 있다”며 “그물이 작아 고기들을 모아 놓고도 건져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차 트래버스 한국GM 양산 글로벌브랜드 소비자 반응은?

외자계 한국GM은 더 이상 자체적인 신차개발 보다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양산하던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생산 중인데 SUV로는 대표적인 차종이 다름 아닌 트래버스다. 그래서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데도 한국수입자동차협회로 등록된 ‘국산 외제차’로 내수시장에 팔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래버스는 전형적인 실용성이 돋보이는 ‘미국차’라는 풍모가 넘쳐 흐른다. 외관은 세련미보다 남성적인 거칠고 센 강인함이 배여 나온다. 독일차나 국산차에서 볼 수 없는 미국 본토 쉐보레 SUV의 투박하지만 낯설지 않은 차별된 외관과 실내 모두 단순미로 오랫동안 질리지 않을 디자인으로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자극하면서 작년 11월 판매실적이 반등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채로운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선 호감으로 작용할 외관 색상도 미국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외형은 전장 5200mm, 전고 1785mm, 전폭 2000mm, 휠베이스 3,073mm로 팰리세이드를 뛰어 넘는다.

북미 대륙에서 국내로 작년 하반기 상륙한 미국차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국GM 트래버스.(사진=한국GM 제공)
북미 대륙에서 국내로 작년 하반기 상륙한 미국차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국GM 트래버스.(사진=한국GM 제공)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SUV의 낯선 거대함에 시선이 압도 당한다. 엔진구성은 6기통 3.8 가솔린으로 314마력의 풀타임 4륜구동이다. 연비는 리터당 8.3km로 미국차 답게 연료 소진은 감안해야 한다. 7인승 3열로 좌석으로 실내 공간이 덩치에 걸맞게 넉넉하다. 외형이 대형이다보니 전폭을 꽉 채우는 국내 도로사정과 좁은 주차환경이 구매결정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버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국GM은 미국 본사의 현지 모델을 추가로 배정 받아 생산라인을 개편하고 미국 본토에서 검증된 차종들을 적극 수입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중형 SUV인 트레일블레이저는 현재 출시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고, 풀모델 체인지를 앞둔 초대형 SUV 타호까지 국내 들여와 현대기아차 SUV들과 혈투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중형SUV의 절대강자 싼타페와 쏘렌토의 경쟁모델은?

국산차 중에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SUV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현대차 싼타페이다. 풀체인지 모델로 2018년 출시된 그해 10만7202대가 팔렸다. 지난해에는 8만6198대로 감소했지만 SUV 차량 전체로 보면 대략 15%를 차지한다. 전년대비 20% 수준의 판매 감소는 SUV 시장에서 라인업이 다양해진 탓이다.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볼 땐 ‘제살 깎기’라는 표현을 붙여도 무관하지 않다. 외제SUV로 빠져 나간 것이 아니라 좀 더 대형을 원하는 기호와 나홀로 족의 소형으로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련미가 강점인 싼타페는 승용에서 벗어나 국산 중형SUV 내수시장의 지형을 넓혀놓은 기본 차종이자 전형으로 굳어졌다. 그 뒤를 기아차 쏘렌토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싼타페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판매실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5만2325대나 팔렸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서로 경쟁 모델이자, 서로를 견인하듯 시장의 파이를 키워 놓은 일등공신들이다. 쏘렌토의 경우 작년 판매실적이 다소 떨어진 것은 올해 풀체인지된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는 덕후들의 정보도 한 몫을 했다. 소비자들은 완전 탈바꿈된 쏘렌토가 베일을 벗기를 기다리고 있다.

쏘렌토의 형질 변경에 기대를 거는 소비자 층은 주로 싼타페의 세련미보다 중형의 단순미와 묵직함에 동급 최강의 엔진 가성비를 선호하는 국산 SUV 덕후들이다. 가벼워 보이지 않는 외관과 엔진 성능, 잔고장 없고 무난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후한 멋스러움이 쏘렌토의 자랑이다. 업계관계자는 “쏘렌트의 풀체인지를 올 3월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예약판매가 이뤄져도 빠른 시일 내에 차키를 인수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아차가 작년 소형SUV 셀토스을 히트시키면서 풀체인지 2021년형 쏘렌토의 기대감을 키워 놓은 측면도 있다”며 “쏘렌토가 외관 덮개를 씌워 주행 테스트하는 사진이 포착돼 덕후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난무할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점에서 실체를 드러낼 때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쏘렌토 시리즈는 그동안 졸작은 없었고 스테디셀러의 자리는 꾸준히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아쉬움 점은 엔진 구성이 디젤과 가솔린 모델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그 비어있는 틈새를 치고 들어온 것이 작년 6월 LPG 모델을 출시한 르노삼성 QM6이다. 작년 한해 4만7640대로 중형SUV로는 3위에 올랐고, 전체 순위는 팰리세이드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쌍용차 렉스턴(4만1천330대)이다.

2년 연속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한국 대표 SUV 현대차 2019 싼타페(위)와 올 3월 출시 예정인 풀체인지 쏘렌토의 스파이샷. 아직 미공개된 쏘렌토는 포털 블로거로 활동 중인 SUV 덕후들 사이에서 집년 가까이 집요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네이버 블로그 캡처)
2년 연속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한국 대표 SUV 현대차 2019 싼타페(위)와 올 3월 출시 예정인 풀체인지 쏘렌토의 스파이샷. 아직 미공개된 쏘렌토는 포털 블로거로 활동 중인 SUV 덕후들 사이에서 집년 가까이 집요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네이버 블로그 캡처)

외자계 자본이 경영하는 삼성르노와 쌍용차가 현대기아차 라인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투자에 있다. 업계관계자는 “신차개발의 투자와 경영의 악순환은 판매실적이 큰 영향을 미친다. 노조의 일감 감소문제는 노사 간의 다툼을 유발하는 고리로 얽혀 2년마다 풀체인지로 질주하는 현대기아차와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르노삼성차는 오는 3월 국내에 나올 신차 크로스오버 쿠페형 준준형 SUV XM3 인스파이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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