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2020년 새해를 맞는 금융업계의 마음은 무겁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대내·외적인 영업환경 악화까지 견고한 실적 지키키가 어려워진 가운데 ‘불완전판매’ 등의 여지로 소속 경영진 등의 송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등으로 영역 파괴가 이뤄지며 업권 내 경쟁 체제가 구축된 것 역시 부담이다.

 

◇신뢰 상실의 시대

올해 금융업권의 간절한 염원은 금융소비자부터의 신뢰 회복이다.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부터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에 이르기까지 은행업권은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논란에 시달렸다. 예·적금을 취급하는 은행에서 높은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품을 팔았다는 것은 투자 손실자로 하여금 거리로 집결하게 했다. 한겨울 추위에도 ‘계약 무효’를 외치며 금융감독원 앞에 섰던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올해 역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은행은 주요 판매 창구라는 오명으로 많은 비난이 있었던 만큼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따르겠다는 의지를 연신 내보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 행장을 겸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2020년 경영목표에도 ‘고객 신뢰’를 담고, 7대 경영전략에도 ‘고객 중심 영업혁신’ 등을 포함할 만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손님 신뢰 회복 선언’에 나선 KEB하나금융그룹 역시 지난해 말 발표한 ‘NEXT 2030 경영원칙’에서 다시 한 번 ‘신뢰’를 강조했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그룹의 경영원칙 재정립을 선언하며 ‘신뢰와 휴머니티를 기반으로 손님과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증권업계 역시 ‘신뢰 상실의 시대’를 겪고 있다.

‘조사분석자료’를 이용한 부정 거래로 애널리스트가 구속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애널리스트였던 A씨는 자신이 작성한 조사분석자료 기재 추천 종목을 친구에게 미리 알려주고 매수한 후 공표 후 매도해 지난 20일 구속기소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 7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하나금융투자는 금감원 특사경에서 수사를 시작해, 이번 결과 발표까지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각종 설왕설래로 해명을 하느냐 진땀을 빼야 했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소비자경제 DB)

 

 

◇무한경쟁의 시대

지난해 10월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12월 18일 본격 시행된 ‘오픈뱅킹’은 올해 1월 9일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한층 더 오픈될 시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일명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마이데이터’ 도입이 가시화 됨에 따라 보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이란 가입된 모바일 앱을 통해 다른 은행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개별 금융사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을 장점으로 점차 금융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시범 운영 기간을 활용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은 은행업계는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전면 시행 이후에도 전용상품 출시, 경품 증정 등의 이벤트는 이어지고 있다. 핀테크 업체가 대거 합류하면서 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마이데이터’ 도입은 이러한 경쟁을 한층 더 심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보다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은 물론 업권간 다양한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은 또다른 이유로 경쟁의 소용돌이에 중심에 서있다.

바로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5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대만푸본그룹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업계의 업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3분기 기준 RBC비율(위험기준자기자본) 515% ROE(자기자본이익율) 6.5~7.5% 수준의 매력적인 지표를 가진 매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은행 Weekly’를 통해 “푸르덴셜생명은 100% 지분을 모두 사야 하고 보험업황 우려가 여전한 점을 감안시 1.9조원~2.2조원 수준이 무난한 듯하다”며 “다만 경쟁자가 많아질수돌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PE들의 입찰 참여가격이 낮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수가가 높아질 개연성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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